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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세계

by 우주베리 2025. 7. 4.

장 줄리앙(Jean Jullien)은 누구?

1983년 프랑스 낭트 출생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하며 커리어를 시작했고, 현재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광고, 출판, 설치미술, 브랜드 협업, 제품 디자인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업을 해왔다. 특히 그의 일러스트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동시대 대중들과 유쾌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그의 작품들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1. 단순하고 직관적인 시각 언어

복잡한 묘사보다는 간결한 선과 형태로 핵심만을 담아낸다. 굵은 블랙 라인과 제한된 색상을 주로 사용하며, 복잡한 설명 없이도 상황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단순함 덕분에 그의 작품은 언어를 초월해 글로벌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2. 위트와 유머, 그리고 은근한 사회적 메시지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 공원에서 졸고 있는 시민을 재치 있게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 현대인의 고립감이나 소비문화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웃음으로 시작해, 곱씹을수록 씁쓸함이 스며드는 구조다.

 
3. 동시대적 감각

현 시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SNS에 중독된 인간 군상, 뉴스에 반응하는 방식, 도시의 무표정한 표정들까지. 그는 관찰자로서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들을 낯설게 만든다.
 

4. 매체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함

디지털 드로잉뿐 아니라, 벽화, 조형물, 텍스타일, 책, 포스터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한다. 아이들 책에 삽입된 귀여운 캐릭터부터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유머러스한 조형물까지, 그의 시각 언어는 공간과 대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내가 장 줄리앙의 그림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 SNS에서였다. ‘Peace for Paris’라는 그림이었는데 에펠탑 모양을 중심에 두고, 평화의 상징을 간단히 겹쳐 그린 이미지였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되는, 말 없는 위로 같은 그림. 그때부터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이후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느낀 건, 장 줄리앙은 '일상의 아이러니'를 누구보다 잘 포착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하는 도시인, 미소 짓고 있지만 외로워 보이는 얼굴들. 모든 장면이 아주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되지만, 그 안엔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감정이 꼭 숨어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그의 설치작업 중 하나인 ‘라면을 먹는 사람’이었다. 큰 입과 후루룩 흘러내리는 면발,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까지 모두 과장되어 표현됐는데,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고 웃다가 문득 “나도 저렇겠구나” 싶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게, 웃음을 유도하다가 뒤돌아서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의 그림 속 캐릭터들은 얼굴 표정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비표정’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우리는 늘 무표정하게 살아간다. 그는 이 묘한 삶의 태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색도 화려하지 않고, 기교도 많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미술관에서 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일상 안에서 느끼는 일종의 '시각적 수필' 같은 그림. 그래서 그런지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엄청난 거장들의 작품들보다 그의 작품처럼 일상에 좀 더 친근한 예술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