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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Max Dalton)

by 우주베리 2025. 7. 7.

맥스 달튼(Max Dalton)은 누구?

 

맥스 달튼(Max Dalton)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 팬들에게 특히 잘 알려진 작가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애니메이션 작업도 해온 그는, 영화·음악·문학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제작해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 타임즈, 뉴요커 등 유수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다양한 전시와 출판물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단순하지만 풍부한 이야기, 레트로 감성의 색채
그의 그림의 평면적 구도와 따뜻한 색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입체적 원근 대신 평면적인 시점에서 인물과 사물을 나열하는 방식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녹아 있다.

그림 하나하나가 하나의 장면이며 동시에 기억의 조각이다. 복고적인 분위기와 유머, 그리고 섬세한 배경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도록 머무르게 만든다. 작은 인물 하나에도 생명이 있고, 배경 속 사물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21년 여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는 내가 오랫동안 기억에 간직하고 싶은 전시 중 하나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부터 <이터널 선샤인>, <펄프 픽션> 같은 인상적인 장면들이 그의 손끝에서 따뜻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내가 좋아하던 영화 속 기억들이 조용히 그림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재구성한 일러스트였다. 호텔의 단면을 펼쳐놓은 듯한 구성 안에 수많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 속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그림 하나만으로도 영화 전체의 감정선과 유머, 미장센이 모두 압축된 느낌이었다. 그림 앞에 서서 그 장면들의 대사와 음악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전시장 전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달튼 월드처럼 꾸며져 있었다. 따뜻한 색감과 작지만 정교한 인물들, 복고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장면들이 이어졌고, 관람객들 역시 조용히 그림 앞에 서서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 전시를 통해 느낀 건 단순한 팬아트 이상의 어떤 ‘공감의 힘’이었다. 맥스 달튼의 그림은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정이 남는다. 내가 좋아했던 장면이 그의 그림 안에서 다시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