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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 여성의 시선을 담은 몽환적 세계

by 우주베리 2025. 9. 4.

Z세대 아이콘, 페트라 콜린스

페트라 콜린스는 199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15세부터 사진 작업을 시작한 자가 학습 아티스트이자 감독, 모델, 배우다. 고등학교 시절 사진에 몰두하게 되었고, 이후 ‘The Ardorous’라는 여성 예술가들의 온라인 플랫폼을 설립하며 여성 중심의 미학과 새로운 시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부터 영상, 책까지 다양한 작업

2014년 사진 시리즈를 통해 첫 개인전으로 열고, 이를 책으로 출간했다. 이후 독특한 주제를 담은 사진집을 꾸준히 발표하며 시각 언어를 확장했다. 콜린스는 루키(Rookie) 매거진의 상주 사진가였고, 구찌, 아디다스, 노드스트롬 등 굵직한 브랜드의 캠페인을 창조적으로 이끌며 ‘뉴 웨이브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구찌의 얼굴로 활약하며 패션계에서도 주목받았고, 칼리 레이 젭슨, 카디 비, 셀레나 고메즈,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하며 영상 감독으로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의 시선을 구조화하는 예술가

콜린스는 꿈결 같은 소프트 톤, 파스텔 컬러, 초현실적 조명, 여성의 내면을 비추는 듯한 감각을 특징으로 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꿈결 같은 파스텔 톤과 초현실적 조명

콜린스의 작품은 무엇보다 색채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과 흐릿하게 처리된 포커싱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꿈속 장면처럼 왜곡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녀는 종종 부드러운 조명을 활용해 피사체의 피부 위에 반투명한 빛을 덧씌우듯 표현했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화면 속 인물은 실제 인물이면서 동시에 상상의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러한 몽환적 분위기는 단순히 미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감정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 동경, 희망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여성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페미니티

전통적으로 남성의 시선에 의해 소비되어 온 여성 이미지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한다. 그녀의 카메라 속 여성들은 수동적이거나 대상화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주체다. 그녀는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단일하지 않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한 작품 안에서 연약함과 단단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여성의 삶이 지닌 복잡한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선언 같다.

온라인 시대의 여성 청춘 정서 반영

콜린스는 Tumblr, Rookie 매거진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Z세대 여성들과 호흡하며 성장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인터넷 세대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다. 셀카 문화, 디지털 필터, 포착된 사소한 순간들이 그녀의 렌즈를 거쳐 예술로 재탄생했다. 특히 10대 소녀들의 불안과 열망,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사진과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세대의 감성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시대 청춘의 보편적인 감정 지형도를 그려낸다. 콜린스의 세계는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미학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확장성

사진에서 책, 영상, 설치,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시각 예술의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를 흐렸다.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 나갔다.

 

콜린스의 작업은 특정 장르나 형식에 머물지 않는다. 사진으로 출발했지만 곧 영상, 설치, 출판, 패션 캠페인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했다. 그녀는 구찌와 협업해 광고 캠페인을 연출했고, 올리비아 로드리고, 셀레나 고메즈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하면서 자신의 시각 언어를 음악과 영상 안에서도 구현했다. 책 출판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미학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렇게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태도는 콜린스가 단순한 사진가가 아니라 ‘시각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가’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의 확장성은 동시대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관객에게는 다채로운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대림미술관 전시: <fangirl> 감상

2025년 8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페트라 콜린스의 첫 대규모 개인전 <fangirl>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영상, 설치, 편집 프로젝트, 아카이브 자료 등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해서 나도 전시 초기에 방문해보았다. 


‘fangirl’이라는 전시 제목은 온라인에서 자기를 발견한 세대를 향한 헌사 같다. 15세 소녀가 팬의 시선에서 출발해 세상을 자신의 렌즈로 재구성하고 재발명해 온 여정이 그려진 것 같았다. 초기 시리즈부터 ‘Fairy Tales’의 초현실적 판타지, 그리고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뮤직비디오 스틸 컷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성성의 다층적 해석이었다. 파스텔과 흐릿함 뒤에는 소녀의 연약함과 동시에 단단함, 내면의 빛과 그늘이 공존했는데 이는 단순히 예쁜 연출이 아니라 여성의 복잡한 존재감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사진과 영상, 설치물이 한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구성된 전시는 하나의 무의식 또는 꿈 속처럼 이어졌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과거 좋아했던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속으로 들어간 듯 했고, 또 다른 순간에는 어린 시절 소녀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 앞에 멈춰 섰다. 

그녀의 전시를 통해 나는 우리가 모두 언젠가 ‘fangirl’이었거나 지금도 어떤 존재의 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팬심이 예술로 승화되어 타인에게 공감이 되고 세대의 아이콘이 된다는 사실이 마음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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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전시 제목 : 페트라 콜린스 : fangirl
기간: 2025.08.29 ~ 2025.12.31
장소: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