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초상화의 대가
알렉스 카츠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화가 중 한 명으로, 1950년대 후반부터 뉴욕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이 공존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독창적인 회화 구상 회화로 주목받았다. 이후 70년 넘게 인물 초상화, 풍경, 꽃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이어오며 현재까지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활발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평면성과 단순화된 형태
카츠의 작품은 불필요한 디테일을 과감히 배제하고, 인물이나 사물의 본질적인 형상만을 남긴다. 이는 마치 한 장의 포스터나 광고 이미지처럼 즉각적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의 주제와 감정에 곧장 몰입하게 한다. 단순함 속에서 깔끔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담한 색채 사용
그의 회화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다. 밝은 톤과 높은 채도의 색이 주를 이루며, 색과 색의 대비가 시각적인 긴장감을 만든다. 특히 카츠는 인물의 배경을 단일 색면으로 처리하여 대상이 더욱 부각되도록 한다. 이러한 색감은 그의 작품을 현대적이고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만든다.
대형 캔버스의 압도감
그의 작품은 종종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진 인물이나 꽃을 통해 관람객을 압도한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크기와 색채의 힘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연과의 교감
풍경과 꽃 시리즈에서는 자연 속에서 직접 관찰한 인상을 빠르게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이 특징이다. 특히 꽃 회화는 인상주의적 접근과 함께 ‘웻 온 웻(wet-on-wet)’ 기법을 활용해 즉흥성과 생동감을 더한다.
대담한 색으로 피어난 꽃: 알렉스 카츠 전시 후기
2021년 겨울,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Flowers>는 그의 오랜 작업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만을 집중 조명한 특별한 전시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꽃 시리즈만을 다룬 전시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전시장에서 들어섰을때 여러 꽃그림들이 날 반겨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꽃들은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색과 형태로 재해석된 이미지였는데 가까이서 보면 간결한 색의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꽃의 생명력과 기운이 화면 가득 번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작품 속 붉은 장미와 노란 해바라기, 푸른 수국은 각각의 색이 강렬히 부각되면서도, 배경과의 대비 속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의 꽃을 그릴때 보색의 색을 배경으로 사용해서 꽃의 색이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이라는 주제를 통해 ‘순간을 붙잡아 영원으로 만드는 시선’을 보여주었다. 꽃은 본래 피고 지는 시간이 짧아 덧없음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고정되어 영원히 살아 숨쉬는 듯했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꽃을 그려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팬데믹 이후에 제작된 신작들이 중심을 이뤘었다. 그는 “지친 일상에 꽃 회화로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던 기간이라서 그런지 나 또한 실제로 작품을 보았을때 따뜻한 감정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바라보며 카츠가 단순히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을 통해 시간과 감각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된 곡선과 강렬한 색채는 꽃잎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기보다는, 우리가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각을 시각화한 것 같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장면 속에도 충분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며, 그것을 붙잡아두는 것이 예술의 역할일지도 모른다.